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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광기의 역사, 프랑스의 역사, 인간의 역사

by 더쇼트 2009. 7. 7.
광기의역사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미셸 푸코 (나남,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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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 본좌 미셸 푸코의 책이다. 이 책은 <감시와 처벌> 처럼 신명나는 '기존의 체제 까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섭섭할 따름이다. 그 보다는 프랑스 문학에서, 의학 발달의 역사에서, 수용 형태의 역사에서 나타나는 광기의 역사를 포착하고자 했다. 구빈원이라는 나환자 수용소에서부터 출발하여 현대의 정신병원의 형태에 이르기까지 광기가 어떻게 취급 당해 왔는지, 특히 고전주의 시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인간다움'의 일부, 인간 본성의 일부로 여겨졌던 '광기'가 마침내 인간의 본성 밖으로 쫒겨 나기까지에 대한 미셸 푸코의 더럽고도 어려운 형이상학적 고찰에 동참하여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나누는 것도 재밌겠지만, 18세기 프랑스의 법과 정치와 의학의 발전과 함께 그것들이 어떻게 광기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는지 보는 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이 과연 1700년대의 제도란 말인가!" 하고 당시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을 엿 볼수 있다. 그러한 발전/실험 과정 속에서 일어난 수많은 인권 탄압들에 대해서는 다른 논제가 또 필요할 듯 하다.

이 책은 푸코의 박사 논문으로 문체가 너무 화려하여 채택되지 못한 비운의 논문으로써 비록 한국어로 번역 되었지만 미셸 푸코의 화려한 글빨에 논점 못잡고 눈알을 몇 번이고 다시 굴려야 되는 애로사항이 있다. 또한 초반부에 마구 쏟아지는 프랑스 문학들과 중반부에 나오는 전혀 알고 싶지 않은 내용들 - 예컨대, 히스테리와 조광증이 광기에 포함될 가능성 - 은 8백 페이지라는 좌절의 두께를 선사한다. 이런 것들만 참아내고 읽는다면 당신은 본좌의 길로 한 걸음 더 나가갈 수 있을 것이다.